
얼마 전 회사 동료가 이사를 갔어요. 10년 넘게 살던 서울 노원구 전세를 나왔어요. 다음 집은 경기도 의정부예요. 회사까지 지하철로 1시간 20분이 걸려요.
"집값이 너무 올라서요."
그 말 한마디가 지금 2026년 서울의 상황을 압축하고 있어요.
서울 아파트 평균 집값, 드디어 15억을 넘었어요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5억5000만원에 육박했어요. 2019년에는 평균 6억원 시대였어요. 7년 만에 두 배 반 가까이 오른 거예요.
지난주 수요일(5월 1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어요. "서울 아파트 평균가 15억? 이미 뚫었고, 천장은 뚫려 있어요. 2027년 하반기에는 평균 20억 시대가 열릴 거예요."
한국부동산원이 5월 14일 발표한 5월 둘째 주(1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28% 올랐어요. 전주(0.15%)에서 한 주 만에 거의 두 배로 상승 속도가 빨라진 거예요. 1월 넷째 주(0.31%) 이후 15주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폭이에요.
그리고 이번에는 강북이 특히 강했어요.

성북구가 0.54% 올랐어요. 종로구가 0.36% 올랐어요. 둘 다 한국부동산원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주간 기준 역대 최고 상승률이에요. 서대문구 0.45%, 동대문구 0.33%도 큰 폭으로 올랐어요.
강남도 움직였어요. 마지막 하락 지역으로 남아 있던 강남구(0.19%)가 12주 만에 상승 전환했어요. 서초구 0.17%, 송파구 0.35%, 강동구 0.19%, 용산구 0.21% 등 서울 주요 지역이 일제히 올랐어요.
매매가격만 오른 게 아니에요. 전세도 같은 주에 0.28% 올랐어요. 매매와 전세가 똑같은 폭으로 동시에 오른 거예요. 서울 66주 연속 아파트값 상승이에요.
왜 갑자기 이렇게 올랐냐고요

이유가 있어요. 지난 5월 9일이 분기점이었어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5월 9일 종료됐어요. 그 전까지 집을 팔지 못한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 증가를 고려해 매도 대신 보유로 방향을 틀었어요. 그 결과 서울에 나와 있던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된 이후 매물이 자취를 감췄어요. 매물이 줄자 호가가 다시 올랐어요.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발언으로 관망하던 수요자들이 "더 기다리다간 못 살 것 같다"는 FOMO 심리로 매수에 나서면서 상승세에 불이 붙은 거예요.
전세가 실종됐어요

집을 사는 이야기만 하면 안 돼요. 전세 이야기도 따로 해야 해요. 매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지금 삶에 직접 영향을 주니까요.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6억149만원을 기록했어요. 3년 4개월 만에 다시 6억원대를 넘어선 거예요. 역대 최고치는 전세난이 극심했던 2022년 1월의 6억3424만원인데, 올해의 상승 속도라면 연내에 그 기록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속도를 보면 더 놀라요. 올해 서울 아파트 누적 전세가격 상승률이 1.95%예요. 지난해 같은 기간 0.36%의 다섯 배가 넘는 속도예요. 5월 첫째 주 주간 상승률은 0.23%였는데, 이게 2019년 12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이에요.
그런데 이게 단순히 가격이 오른 문제가 아니에요. 물건 자체가 없어요.
아파트 정보 사이트 아실 데이터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5월 7일 기준 3만1095건이에요. 연초 대비 30.1%나 줄었어요. 서울 아파트 전체 매물도 7만 건 아래로 붕괴됐어요.
헤럴드경제가 서울·수도권 공인중개사 496명을 조사했더니 68.5%가 "전세 수요가 늘었다"고 답했고, 68.9%가 "전세 매물이 줄었다"고 답했어요. 수요는 늘고 매물은 줄어드는 구조예요.
강남구 청담동 공인중개사는 "5월 9일 전에 집을 팔지 못한 다주택자, 비거주 1주택자들이 향후 세 부담 증가를 고려해 월세로 전환하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전세 매물이 빠르게 사라질수록 가격 상승폭이 커지는 중"이라고 말했어요.
앞으로도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예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이 5632가구예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966가구에 비해 62.4% 감소한 거예요. 인허가에서 실제 입주까지 3~5년이 걸리니까, 앞으로 몇 년간 공급 부족이 이어질 거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은 짐을 쌌어요

집값과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고 있어요.
서울신문이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에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한 사람이 8만3984명이에요. 1년 전보다 11.7% 증가한 수치예요. 집값이 폭등했던 2021년 4분기(8만5481명) 이후 최대 규모예요.
어디로 갔을까요. 수원시가 1만3712명으로 가장 많았어요. 고양시 1만3317명, 용인시 1만3005명, 성남시 1만2088명이 뒤를 이었어요.
서울 순유출은 1990년 이후 35년째 계속되고 있어요. 통계청 조사에서 이동 이유 1위가 주택(34.5%)이에요. 가족(24.7%), 직업(21.7%)을 크게 앞질러요. 집 때문에 터전을 옮기는 거예요.
그 대가는 통근 시간이에요. 서울신문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평균 통근 거리가 18.1킬로미터, 통근 시간은 68분이에요. 매일 왕복 두 시간 넘게 이동하는 거예요.
집을 살 수 있는지의 기준인 PIR(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을 보면 현실이 보여요. 국토교통부 2023년 주거실태조사 기준으로 서울 자가 가구의 PIR이 13배예요. 월급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모아야 집 한 채 살 수 있는 시간이 13년이라는 거예요. 경기도는 7.4배, 인천은 6.1배예요. 서울을 떠나는 게 수치로도 합리적인 선택인 거예요.
이상한 역설
여기서 이상한 일이 생겨요. 사람들이 집값 때문에 서울을 떠나는데, 서울 집값은 오히려 더 올라요.
이유가 있어요. 서울을 떠나는 사람 대부분이 세입자예요. 집을 가진 사람들은 떠나지 않아요. 집값이 오를수록 팔 이유가 오히려 없어지죠. 실수요자는 빠져나가고, 집주인은 남아서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구조예요.
공급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이 빠져나간다고 집이 더 생기는 게 아니에요. 재건축과 재개발 과정에서 이주 수요가 오히려 전세 수요를 더 끌어올리는 역설도 생겨요.
정부가 1·29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발표 3개월이 지난 지금도 핵심 사업들이 첫발을 못 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요. 머니투데이는 "결국 핵심은 공급"이라며 공급 확대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전월세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어요.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히 말하면 서울 집값이 언제 꺾일지 아무도 몰라요. 하반기 세금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중개사 과반이 하락 전망으로 돌아섰다는 조사도 있고,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전까지 오를 거라는 시각도 있어요.
다만 지금 이 숫자들은 알아두는 게 좋아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15억5000만원. 평균 전세가 6억원 돌파. 전월세 매물 연초 대비 30% 감소. 1분기 인허가 62% 급감. 1분기 탈서울 4년 만에 최대.
전세나 매매를 고민하는 분이라면, 지금 시장에서 매물이 얼마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보세요. 나한테 맞는 선택이 뭔지는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고, 제가 답을 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숫자를 알고 움직이는 것과 모르고 움직이는 건 달라요.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에요. 투자 결정은 본인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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